모험러의 책방
한편으론 나폴레옹, 한편으론 볼테르의 도시, 파리 본문
「싸움이 일어난 원형 교차로와 골목에는 피가 흐르고, 막다른 골목에서는 바리케이드를 차지했다가, 빼앗겼다가 다시 찾기도 하며 그 와중에 사람들은 죽어 나갔다. 그리고 산탄이 집을 곰보처럼 만들고, 유탄이 단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죽이고, 길 위에는 시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길 바로 건너 당구장에서는 당구공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구경꾼들은 싸움이 한창인 거리의 가까운 곳에 모여 서로 농지거리를 주고받았다. 극장은 평소처럼 통속적인 연극을 공연했고, 역마차가 오고가고, 사람들은 외식을 했다. 때로는 싸움이 일어난 바로 그곳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1831년에는 결혼식 행렬을 지나가게 하기 위해 잠시 싸움을 멈춘 적도 있었다.
1839년 5월 12일의 반란 때는 생 마르탱 거리에서 병약한 작은 한 노인이, 음료수 병과 삼색기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바리케이드와 군대 사이를 오가며 음료수를 정부 측과 무정부주의자 측에 골고루 따라 주었다.
이보다 더 신기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세계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파리 폭동의 독특한 성격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파리의 위대함과 유쾌함이 한꺼번에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나폴레옹의 도시이기도 하고 볼테르의 도시이기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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