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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부터 폭동이 이루어지는가? 본문
「무엇으로부터 폭동이 이루어지는가? 무(無)에서, 또한 모든 것에서 이루어진다. 서서히 소모되는 어떤 전기에서, 느닷없이 타오르는 어떤 불꽃에서, 유랑하는 어떤 힘에서, 지나가는 어떤 바람에서 이루어진다. 이 바람은 생각하는 머리나, 꿈꾸는 두뇌나, 고통스러워하는 영혼이나, 솟아오르는 열정이나, 노한 가난 등에 부딪쳐 그것을 전부 휩쓸어 간다.
어느 곳으로?
아무 곳으로나. 국가를 넘어, 법률을 넘어, 다른 이의 번영과 교만을 넘어.
조급한 신념, 급진적인 열광, 들끓는 분노, 억압된 투쟁 본능, 흥분된 젊음의 객기, 용감한 맹목적 행동, 궁금증,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 낯선 것에 대한 욕구, 새로운 연극 광고나 극장에서 연극을 알리는 호각 소리를 듣고 좋아하는 감정, 알 수 없는 증오, 원망, 실의, 운명이 자신을 망쳤다고 여기는 허영심, 불쾌, 허황한 꿈, 벽에 부딪친 야심, 붕괴가 출구를 만들어 줄 것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끝으로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하층민, 즉 성냥을 긋자마자 불이 붙는 시궁창, 이런 것들 전부가 폭동의 요소다.
가장 위대한 것과 가장 천한 것, 모든 것에서 외면 받고 기회를 노리며 배회하는 사람들, 방랑자, 부랑자, 거리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노숙자, 하늘의 싸늘한 구름을 지붕으로 삼고 사막에서 자는 사람들, 가난과 허무에 빠진 무명의 사람들, 팔과 발을 모두 드러낸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이 폭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국가나 삶이나 숙명에 대해 몰래 반항심을 가진 사람은 전부 폭동 바로 앞에 있다고 할 수 있어, 폭동이 일어나기가 무섭게 전신을 떨며 자신이 그 회오리바람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폭동은 사회의 공기가 어떤 기압 상태에 이르면 순식간에 발생하는 회오리바람 같은 것으로, 그것은 소용돌이치며 위로 올라가고, 빨리 달리고, 번개가 치고, 모든 것을 쥐어뜯고, 부수고, 짓이기고, 뒤집어엎고, 송두리째 뽑아 놓고, 위대한 근성을 가진 사람이나 비천한 사람이나, 강한 자나 약한 자나, 큰 나무나 지푸라기나 가리지 않고 다 휩쓸어 가버린다.
폭동에 흽쓸린 사람이나 폭동에 맞서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불행하도다! 폭동은 그 둘을 부딪치게 해서 산산조각을 낸다.
이 폭동은 그곳에 휩쓸린 사람에게 어떤 불가사의한 힘을 준다. 어떤 사람도 사건이 갖는 힘으로 채워 주고 무엇이든 전부 다 총알로 바꾸어 버린다. 평범한 돌도 대포알로 바꾸고 짐꾼을 장군으로 바꾼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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