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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야만인과 야만의 문명인 사이에서 택하라고 하면 야만인을 택하리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문명의 야만인과 야만의 문명인 사이에서 택하라고 하면 야만인을 택하리다

모험러

「혼돈스런 개벽과 같은 혁명기에 누더기를 걸치고, 성난 소리로 외치고, 사납게 날뛰고, 몽둥이를 휘두르고, 곡괭이를 둘러메고, 허둥지둥 낡은 파리로 몰려와 민중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머리칼이 곤두선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가? 권력의 억압이 끝나기를, 폭정이 끝나기를, 군주의 살생권이 없어지기를, 남자에게는 일을, 아이들에겐 교육을, 여자에게는 사회의 온정을, 만인에게 빵을, 자유를, 평등을, 우애를, 사상을, 세계의 낙원화를, 진보를 바라고 원했던 것이다. 그들은 과연 야만인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문명의 야만인이었다.

 

분명히 거칠고 사납긴 하지만 언제나 선을 위해 거칠고 사나운 사람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미소를 짓고 수놓은 옷이며, 황금이며, 리본으로 몸을 장식하고, 보석을 뿌리고, 비단 양말을 신고, 깃털을 달고, 노란 장갑을 끼고, 에나멜 구두를 신고, 대리석 난로 비로드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과거와, 중세와, 신성한 권리와, 광신과 무지와, 노예 제도와, 사형과, 전쟁, 모든 것들의 유지와 보전을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주장하고, 군도와 화형장과 단두대를 조용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칭송했다. 만약 문명의 야만인과 야만의 문명인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야만인 쪽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전진과 후퇴 사이에서 곧바로 거꾸로 떨어질 필요는 없다. 전제주의도 공포 정치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단지 완만한 경사의 진보만을 바랄 뿐이다.

 

신이 그것을 준비해 준다. 완만한 경사, 이것은 바로 신이 하는 정치의 핵심이라고 있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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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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