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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逍遙遊) ― 초월적인 행복의 거닒 본문
「『장자』가 노리는 성과는 (장자가 직접 쓴) '내편' 가운데 제1편의 제목인 '소요유'(逍遙遊)에 어느 정도 예시되어 있다. 이 편명은 '행복한 방랑'(Happy Wandering) 또는 '목적지 없이 어슬렁거리기'(Going Rambling without a Destination)로 번역되어왔다. 나 역시 말투가 어색해질까와 내가 궁리해낸 번역보다는 이런 번역들을 채택해왔다. 그러나 이 번역들은 언어학적으로는 적절하지만 철학적으로는 잘못된 번역이다. '유'(遊, wandering)란 자기가 꿈꾸는 곳이면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여 갈 수 있는 마음의 절대적 자유를 가리킨다. 그것은 초월 또는 초월적 행복의 상태를 달성한 이후에나 가능한 자유의 단계이다. 이 상태는 오로지 영혼의 변화가 일어난 단계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특수한 관점이 갖는 한계에 속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상태에서 마음은 제약없이 운동할 수 있다. '행복한 방랑'이나 '목적지 없이 어슬렁거리기'가 뜻하는 문자적인 의미는 문제가 있다. 두 번역 다 순전히 이기적인 소일거리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 논의중인 자유의 단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방금 언급했던 자유의 상태를 간결하면서도 철학적 의미까지 포착하는 숙어로 묘사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장자』의 편명들은 어느 경우든 후대에 붙여진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언어학적으로 '소요유'라는 중국어에 조응할 뿐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상응하는 말을 찾아보자. 그러면 '초월적인 행복의 거닒'(The Transcendental Happiness Walk)이라는 번역을 고려해보는게 한결 더 나을 것이다.」*
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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