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무거운 자본주의 시대, 고체 근대
「낡은 지역적/공동체적 유대를 허물고, 습관적 방식과 관습적 법칙에 전쟁을 선포하고, 과거와 매개하는 모든 힘들을 갈아서 분쇄해버리는 일, 이 모들 일의 전반적 결과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혼미한 망상이었다.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 것'은 강철 기둥을 세우기 위해 철을 녹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녹아서 이제 액체가 된 현실들은 새로운 수로를 따라 새로운 주형틀에 담겨 어떤 형태를 갖출 태세가 된 것처럼 보였다. 과거에 그 현실들이 스스로 형성해놓았던 강바닥을 흘러갔더라면 결코 얻지 못했을 형태 말이다. 아무리 야심만만한 목표라고 하더라도, 생각하고 발견하고 발명하며 계획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지는 못할 것처럼 보였다. 행복한 사회,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바로 다음 모퉁이까지 와 있다고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