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의 엄격주의
「또 주희는 '정'을 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적어도 원래 주자학에는 비인간적인 엄격주의는 아직 없었다. 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성이라는 본원에 도달하며, 성(=정)은 정을 통해 자기를 현재화하는 것이고 또 정을 제외하고는 동적인 장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 이전에 정념은 인간의 생리적 자연이라는 건전한 상식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은 본래 좋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고의 멸정론은 석로釋老의 설이다." "이고가 성을 회복하고자 한 것은 옳지만 정을 멸함으로써 성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은 잘못이다. 정을 어떻게 멸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곧 석씨의 설이다." 정념의 움직임 그 자체를 악으로 보았던 것은 여산의 혜원이나 그와 동시대를 살아간 불교자들에게서 시작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