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코스
'피곤하다. 가지 말까?' 지리산에 가는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한 번쯤은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생각이 뭐라고 떠들든 몸은 꾸역꾸역 지리산으로 향한다. 지리산을 몇 번 올랐는지, 몇 번 종주했는지 세는 것은 예전에 그만두었다. 자기 고향에 몇 번 들렀는지를 세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지리산 산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버스가 지리산으로 들어설 때의 느낌을 나는 무척 사랑한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지리산의 신선한 공기를 맡는 순간 '가지 말까?' 했던 생각과 짝을 이르는 생각이 역시 어김없이 든다. '지리산은 지리산이다. 오길 잘했다.' 천왕봉에 오르니 물안개가 자욱하다. 연이틀 호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정상에 묵묵히 앉아 안개가 오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상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