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이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할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은 어떠한가.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설백 천지백 허니 모두가 백발이 벗이러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에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