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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저 증인들은 모두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교육자들은 부정 입학을 지시하지 않았고, 정부 관료들은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기업가들은 뇌물을 바치지 않았고, 정치인들은 위증 교사를 하지 않았고, 의료인들은 불법 의료 행위를 하지 않았고, 군인은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 아무도 지시하지 않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으며 모두가 법과 질서를 준수하니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은 알아서 좋은 대학에 뽑히고,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세금 없이 상속에 성공하고, 특별 의료 혜택을 받는데 반해, 힘 없고 돈 없는 자들은 서로를 향해 '지겹다'며 알아서 튀는 자의 목소리를 제거하고 스스로 자기검열하다가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 사회. 아, 우리의 대한민국, 엘리트들의 이상향. 물론 이상향은 도래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
「야코비(Russell Jacoby)는 현대의 유토피아 사상에서 보이는 두 가지 전통을 구분하는데, 이 둘은 종종 일치하지만 반드시 상호 연관되지는 않습니다. '청사진적 전통'("청사진적 유토피아주의자들은 미래를 몇 분의 몇 인치까지, 몇 분의 몇 분까지 꼼꼼하게 입안했다")과 '우상 파괴적 전통'(우상 파괴적 유토피아주의자들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었지만" "그것을 정확히 가늠하는" 것은 거부했다)이 그것입니다. 저는 야코비가 말한 두 번째 전통, 즉 '비-청사진적인' 유토피아 전통을 위해 제안하는 이름을 고수할 것을, 하지만 그것의 의미를 약간 수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개념의 모호성 또는 의도적 부정확성 외의 속성들에 초점을 맞출 것을 말이죠. 제가 제안하려는 의미는 '우상 타파주의'라는 생각 자..
「여류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에서 자동화가 내세우는 유토피아의 약속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그 결과는 천국보다는 잔혹한 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그녀는 "현대 사회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그 번 돈을 쓰는 게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 '노동하는 사회'(laboring society)로서 조직되어왔다"라면서 "먼 과거에 꿈꿨던 고차원적이면서 더 의미 있는 활동들은 주변부로 밀려났거나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외로운 개인들만 남아서 자신들이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기술이 노동의 고역과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인류의 일관된 바람을 이뤄준다는 시각은 왜곡됐다. 기술은 우리를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