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지리산
거림 쪽으로 지리산을 오른 건 처음이었다. 거의 사람이 오르지 않는 길로 올라가고, 거의 사람이 내려오지 않는 길로 내려왔다. 산행 초입에서 등산객을 만난 것 외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구상나무 군락지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구상나무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몇 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그 군락지 뒤편,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조그만 호수가 있었다. 신선이 가끔 놀다 갈법한 곳이었다. 호수 뒤 높은 암벽에 앉아 능선을 굽어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단풍이 참 붉었다. 1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