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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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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문을 팍! 열고 나와 화난 듯이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5초나 지났을까, 한 남자가 역시 문을 팍! 열고 뛰쳐나와 그 여인을 따라잡아 붙잡았다. 여인은 남자의 팔을 바로 뿌리치고 제 갈 길을 갔다. 아, 그 여인이 남자가 잡을 때 뒤를 돌아보았거나 조금이라도 망설였다면 그 장면이 그토록 긴장감 넘치지는 않았으리라. 남자는 멀어져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남자라는 동물이 꼭 이런 상황에서 발동시키는 그 특유의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왜 5초나 걸렸을까?'하는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비 오는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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