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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모르면 설 수 없다 본문
선생님(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를 통해 일어나고, 예를 통해 서며, 음악을 통해 이룬다."(태백/9)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손하면서 예가 없으면 노고로와지고, 신중하면서 예가 없으면 겁약해지고, 용맹하면서 예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히고, 곧으면서 예가 없으면 냉혹해진다."(태백/2)
「오늘날에 이르면 예의 강조점이 옮겨졌다기보다는 차라리 예 자체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각 개인의 행동양태가 바람직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창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문명의 권역들이 그 경계를 허물고 바야흐로 하나의 문화권으로 혼융되어 나가는 단계에 있어서 이같은 현상은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본질 속에서 우리는 예의 소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의 형성을 지향하는 거대한 요구를 본다. 그 요구는 각 개인의 행동양태에 있어서 전체와의 보다 안정된 조화를 만들어 낼 새로운 표준을 구하는, 고심에 찬 선택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외형적으로 각 개인의 행동양태가 전통적인 예를 배척하거나, 예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보다 큰 전체 속에서 새로운 예가 확립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원의 작용 때문이다. 그것이 더이상 예의 이름으로 불리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균형되게 세우는 예의 기제 자체가 실효되거나 무의미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세련된 문화환경일수록 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얼마나 섬세하게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척도에 의해 유연함과 어색함, 지나침과 모자람, 신중함과 경박함, 아름다움과 추함의 사이에서 계기(計器)의 바늘처럼 떨리고 있는지를 통찰한다면, 우리는 왜 공자가 안연에게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라"고 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으로서의 예는 오늘날과 같은 변화된 환경은 물론 미래에 있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삶의 본질적 기제임을 알게 될 것이다.」*
15/01/14
* 이수태, <논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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