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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한 언어는 없다

모험러
도올은 문자의 존재유무나 문자 수준의 높고 낮음으로 어떤 문명을 미개하다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말하며, 사피르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의 언어에 관한 일반적 사실의 최종적 사태는 모든 언어의  보편성이다. 학자들은 어떤 특정한 부족의 형태가 종교나 예술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어떤 수준을 과시하고 있는지에 관해 논란을 벌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의 언어에 관한 한 그러한 논란은 무의미하다. 완벽하게 진화되지 않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종족은 이 지구상에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저등하다고 생각되는 남아프리카의 부쉬맨도 아주 풍요로운 상징체계의 모든 양식을 동원하여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그것은 아주 교양있는 불란서 사람의 언어와 그 본질에 있어서 완벽하게 대등한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반문할 것이다.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들이 야만인의 언어에 있어서는 그렇게 풍요롭게는 표상되지 않고 있으며, 또 고등한 문화수준을 반영하는 어휘의 풍성함과 미묘한 뉘앙스의 섬세한 규정들이 저등한 부족들의 언어에는 결여되어있지 않은가 하고.

그러나 문명의 역사적 성장과 병행하는 이런 종류의 언어학적 발전이나 우리가 문학이라고 규정하는 후대의 성취와 관련된 그러한 발전은 언어학적으로 볼 때는 매우 피상적인 것이다. 언어를 성립시키는 아주 근원적인 토대, 명료한 음성학적 체계의 발전, 발성의 요소와 정신적 개념을 일치시키는 연상체계, 그리고 요소들간의 관계를 결정짓는 방법의 형식적 표현에 관한 섬세한 규정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알려진 모든 언어에 공통된 엄격하게 완성되고 체계화된 수준에 완벽하게 부합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는 많은 원시언어들이 형식적·양식적 풍요로움과 잠재하는 표현력의 화려한 광택에 있어서 근대문명의 언어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어떤 것보다도 더 뛰어날 때가 많다. 단순한 어휘목록의 수준에 있어서조차도 상식인들은 경탄의 충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원시언어들(primitive languages)은 필연적으로 표현력에 있어서 심히 빈곤하다고 하는 검토되지 않은 대중적 이론은 신화에 불과한 것이다."*

- 사피르

13/08/19

* 도올 김용옥, <논어한글역주>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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