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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 명구절

육이오

모험러
평일
- 이시영

후농 김상현 선생이 방북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사오십 도짜리 평양소주가 몇순배 돌고 나자 거나해진 후농이 입을 열었다.

"우리 전라도 사람들은 말이여, 헐 말이 있으면 우선 참지를 못혀. 그러고 말투가 좀 거칠어뿌러. 그러니 먼저 양해를 구해야겄구먼."

그러고 나서 그가 터뜨린 말이 걸작이었다.

"야 이 빨갱이새끼덜아! 육이오 때 말이여, 쳐들어올려면 평일을 골라서 와야제 해필이면 남들이 다 잠든 일요일 새벽을 골라서 올 건 뭐여? 이 순 빨갱이새끼덜 겉으니라구! 그때 우리가 월매나 고생들 했는지 알어?"

동석했던 북측 인사들은 물론 함께 간 남측 의원들도 후농의 이 느닷없는 일갈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크게 당황했다고 하는데, 정작 후농 자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마주앉은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을 향해 잔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따, 뭔 쐬주가 이리 독허다냐이?"

13/06/25

* 이시영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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