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오디오북]별 헤는 밤|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 본문
* https://youtu.be/lo2tyZexbVY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7/02/10
* 시낭송: 모험러
'시낭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디오북]흐르는 거리|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2 (0) | 2017.02.16 |
---|---|
[오디오북]사랑스런 추억|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1 (0) | 2017.02.15 |
[오디오북]흰 그림자|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 (0) | 2017.02.12 |
[오디오북]길|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8 (0) | 2017.02.08 |
[오디오북]또 다른 고향|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7 (0) | 2017.02.06 |
[오디오북]눈감고 간다|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6 (0) | 2017.02.04 |
[오디오북]슬픈 족속|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5 (0) | 2017.02.03 |
모험러의 책방
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