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
죽을 때를 아시는 분들이 있다. 보통 수행이 높으신 분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립군 이범석 장군의 새 어머니도 그 중 한 분이시다. 「어머니는 백일기도를 위하여, 어떤 고된 일이 있거나 눈비가 쏟아지나 아랑곳없이 밤 열두 시에 영천 약수물을 떠다가 나를 위해 백일기도를 올리셨다. 백일기도를 올린 지 8년째 되던 해, 백일기도가 끝나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음식을 장만하여 일가친지들을 모두 불러다 풍성한 잔치를 베푸셨다. 때가 되어 손들이 모두 흩어져 갈 때, 어머니는 내 출가한 누님을 부르시며,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거라." 하시매, 누님이 모처럼 친정어머니 곁에서 유할 양으로 뒤처졌다. 누님을 앞에 앉히신 어머니는 평상시의 말투로, "내가 오늘은 떠난다." 하셨다. 누님은 어머니가 또 만주로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