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도는 실재인가 환상인가
「척도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는 두 사회가 다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방식이다. 서양 사회는 주로 (척도에 의존하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았고 동양에서는 (결국 무량함을 지향하는) 종교와 철학을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생각하면 어떤 점에서는 무량함(the immeasurable)을 으뜸가는 실재로 본 동양이 맞았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지적한 대로 척도는 인간이 만들어낸 통찰 방식이다. 인간에 우선하며 인간을 넘어선 실재는 그러한 통찰에 좌우될 리 없다. 반면 척도가 인간에 우선하며 인간과 무관하다고 보면 통찰을 객관화시켜 고정되고 변할 수 없게 만들며 결국 이 장에서 말한 조각내기와 전반적인 혼란을 불러온다. 이미 고대에 무량함을 실재로 생각한 현명한 이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