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사꾼 할머니의 삶
김용택 시인의 연작시 의 작품 배경이 되는 전라북도 임실군 어느 산골 마을, 마을의 한 할머니가 기자 김훈에게 들려준 이야기. "곡석 기르는 것과 자석 기르는 것이 매한가지여. 오리 새끼 기르는 것과 도야지 새끼 기르는 것도 다 한가지여. 내 속이 폭폭 썩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법이여. 내 자석들을 키울 때는 애를 나무 그늘에 재워 놓고 논일을 했었는디, 애가 깨서 울길래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애를 때려 주고 나도 울었어. 그놈들이 자라서 시방 도회지에 나가서 일 다니는디 명절 때는 돌아와. 내가 논에서 일할 때 퍼런 곡석들 틈으로 멀리서 논두렁길을 걸어오는 내 자석들의 모습이 보이면 눈물이 쏟아져서 치맛자락에 코를 팽팽 풀었지. 농사꾼 속 썩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못 견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