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라는 사막
「집 밖으로 나오자 차고 슬픈 공기가 밀려들었다. 먹구름이 드리워진 찌푸린 하늘, 어둡고 흐릿한 강줄기, 사방이 온통 생명이 매말라 버린 사막 같았다. 아침 바람에 먼지 쪼가리들이 소용돌이쳤다. 머나먼 사막에서 일어난 모래가 이제 막 도시를 집어삼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사내는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사막에 둘러싸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깊이 잠든 주택 단지를 지나는 길이었다. 순간 그는 앞에 놓여 있는 황야에서 명예에 대한 야망, 자기 부정, 인내의 신기루를 보았다. 신기루 속의 아름다운 도시에는, 그를 사랑해주는 이들과 그를 다정하게 바라봐 주는 이들이 어울려 서 있는 회랑도 있고, 삶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영글어 가는 정원도 있고, 눈앞에서 반짝이는 ′희망′이라는 샘도 있었다. 잠시 후 신기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