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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과 공자>

모험러
묵점 기세춘은 『논어』를 군자파가 소인파에 대해서 벌이는 계급투쟁서로 본다. 강신주도 그러한 유물론적 시각(계급론적 시각)에서 『논어』를 본다는 점이 비슷한데 또 조금 다르다. 강신주가 쓴 <관중과 공자>에서 공자는 무능력하고 독단적이고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식한(순진한) 사상가이자, 그럼에도 귀족적 고상함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교주로 묘사된다.

사실 좀 치사할 정도로 『논어』의 문헌이 자기가 상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입맛대로 짜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려니 한다. 누군들 그렇지 않으랴?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가서 그를 인터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다들 상상력 넘치는 시나리오를 쓰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올 김용옥이든 강신주든 책을 읽어보면 '아마 ... 이랬을 것이다.'라는 어법을 많이 쓴다. 재밌는 것은 '~ 것이다'라는 시나리오가 어느 순간엔 이미 확고한 진실로 둔갑하여 '그러니 그 사람은 성인이다. 혹은 개자식이다.'라는 굳센 결론으로 끝맺음 된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이런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해석이 무한히 풍부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그리하여 학자들이 두고두고 먹고살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 그러나 어느 시나리오가 더 진실에 가까운지 결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다는 점이 단점이다(그리하여 진실과 망상이 뒤섞이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러 의견을 두루 섭렵하여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하나의 시나리오이며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열려 있어야 한다.

14/03/01

* 강신주, <관중과 공자: 패자의 등장과 철학자의 탄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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