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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가까이 하지 마라 - 유가儒家(유교) 비판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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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가까이 하지 마라 - 유가儒家(유교) 비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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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齊나라에 가서 경공을 만나 뵙자, 경공은 즐거워하면서 그에게 이계 땅을 봉지로 내려주려고 안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안자는 이렇게 반대하였다.

"안 됩니다. 저들은 오만하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이들로서, 아랫사람을 교화시킬 수 없습니다. 또 백성을 느슨하게 하여 백성과 정치를 친밀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천명天命만 세워놓고 일에는 게을러, 직무를 맡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장례에 너무 돈을 들여 백성과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며, 상喪을 너무 오래 끌어 슬퍼하느라 세월을 허비하니,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안으로는 스스로 실행하기 힘든 것을 감추면서, 밖으로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유자儒者입니다. 그래서 복장을 특이하게 하여 얼굴을 꾸미기에만 힘씁니다. 따라서 무리를 이끈다거나 백성을 길들일 수 없습니다. 훌륭한 현인들이 사라지자 주나라가 쇠퇴해진 것입니다. 위의威儀만을 중시하자 백성의 행동은 천박해지기 시작하였고, 명성과 즐거움만 번드르하게 꾸미자 세상의 덕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 공구孔丘(즉, 공자)는 명성과 꾸밈으로 세상을 현혹시키며, 음악과 춤을 수식하여 무리를 모으고, 사람 사이의 예가 어떠니 하고 복잡하게 하여 의표儀表의 시범을 보이며, 옷깃을 어떻게 하느니 하며 예절에 힘써 무리에게 뽐내고 있습니다. 많이 배운다고 하면서 세상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며, 많이 생각한다고 하면서 백성을 도와주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명을 두 배로 늘린다고 해도 그들이 요구하는 교육을 다 배울 수 없고, 살아 있는 동안에도 그들이 요구하는 예절을 다 실행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재물을 쌓아도 그들이 말하는 즐거움을 다 채울 수 없습니다.

꾸미고 사술을 부리면서 세상의 임금들을 현혹시키고, 명성을 풍성히 하여 백성을 우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도는 세상에 보일 수도 없는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교화도 결코 백성을 인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그런 자에게 봉읍을 주어 우리 제나라의 풍습을 바꾸게 한다니, 이는 무리를 인도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도가 아닙니다."

경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좋소!"

그리고는 공자에게 그저 후한 예물만 주고 봉지 하사의 일은 유보시킨 채, 그저 공경히 만나면서 그의 치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 <안자춘추> 중

유가의 약점을 조목조목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안자(안영) 후대에 쓰인 글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후대라고 해봐야 어쨌든 춘추전국시대이거나 그와 가까운 시대일 것이다. 고대에 이미 유가의 약점과 한계는 다른 학파로부터 날카롭게 파악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가의 장례 풍습(3년상, 후장厚葬) 비판은 특히 속 시원하다. 『공자』, 『맹자』를 즐겨 읽으면서도, 읽으면서 가장 동의가 안 될 때 중의 하나가 공자가 삼년상을 한 치도 타협할 수 없는 무슨 만고불변의 법칙인 양 말할 때와 맹자가 묵가의 박장薄葬 풍습을 비난하고 후장과 삼년상을 옹호할 때이다. 유가의 관념(예법)은 결국 역사의 검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도가를 떠올린다. 장례식에서도 노래를 부르던 장자의 경지까지는 못 따라가더라도, 삶과 죽음을 마치 사계절이 순환하듯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였던 그의 정신을 본받고 싶다. 

시대가 바뀌면 급속도로 낡게 되는 철학이 있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무궁히 함께 변화하는 철학이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아마 그것만이 영원한 진리일 것이다. 도道는 끊없는 길이다.

14/02/24

* 임동석 옮김, <안자춘추: 안자가 그립다>에서 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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