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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내 안에 있는데 어찌 즐겁지 않으랴 본문

명문장, 명구절

도가 내 안에 있는데 어찌 즐겁지 않으랴

모험러
도올이 자신의 논어 역주에서 공자를 '재즈 아티스트'라고 칭송했을 때 나는 좀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아래 일화에는 자로가 공자의 가르침에 깨닫고 스승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온다. 아름답다. 도올의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를 당하여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이레 동안 쌀밥을 맛보기는커녕, 명아주 국을 끓일 때 쌀가루조차 섞지 못했다. 재여宰予가 피로함이 극에 달했을 때, 공자는 방 안에서 현악기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안회는 밖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었다. 자로와 자공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안회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두 번째로 노나라에서 쫓겨나시어 위나라에 은둔하셨고, 송나라에서는 큰 나무 밑에서 예를 가르치시다가 환퇴桓魋에게 나무를 뽑히는 변을 당하셨으며, 이제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하셨는데, 선생님을 죽이려 하는 자들은 죄로 다스려지지 않고 선생님을 짓밟는 자들도 가두어지지 않았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현악기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거문고를 연주하셔서 음악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군자에게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설마 이와 같은 것인가?"라고 했다.

안회가 대꾸할 말이 없어서 들어가 공자에게 이 사실을 말씀드렸다. 공자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켜던 거문고를 밀어놓으면서 길게 탄식하여 말하기를

"유由(자로)와 사賜(자공)는 소인이구나. 그 애들을 불러오너라. 내가 이야기해주겠다"고 했다.

자로와 자공이 들어왔다. 자공이

"이와 같은 처지를 가히 곤궁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가

"그것이 무슨 말이냐? 군자가 도에 통달한 것을 일컬어 현달했다고 말하고, 도에 궁색해진 것을 일컬어 곤궁해졌다고 말한다. 이제 내가 인의의 도를 껴안음으로써 난세의 환난을 만났음에도 그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어떻게 이를 곤궁하다고 말하겠느냐? 그러므로 안으로 자신을 살펴보아서 도에 꺼림칙한 것이 없고, 어려운 일을 당하여 덕을 잃지 않는 것이다. 큰 추위가 들이닥치고 서리와 눈이 내리고 나니, 나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무성함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옛날에 제 환공은 이러한 것을 거나라의 망명에서 얻었고, 진 문공은 망명 중 조나라에서 얻었으며, 월왕 구천은 회계의 치욕에서 얻었다. 진나라와 채나라 중간에서 위험한 처지를 당한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구나!"라고 대답했다.

공자가 의연한 자세로 거문고를 다시 끌어다가 켜니 자로가 꿋꿋하게 방패를 들고 춤을 추었다. 그러자 자공이 

"나는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도 몰랐고, 땅이 얼마나 깊은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옛날에 도를 얻은 사람은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도를 즐겼고, 높은 지위에 오르더라도 역시 도를 즐겼다. 즐기는 바가 곤궁함과 현달함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도를 얻으면 곤궁함과 현달함이 같은 것이 되니, 이는 마치 추위와 더위, 바람과 비가 바뀌어 일어나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허유가 영양에서 즐겼고, 공백이 공수산에서 자신의 뜻을 얻었던 것이다.」*

- <여씨춘추>, '신인愼人' 중

14/02/21

* 여불위 지음, 김근 옮김, <여씨춘추>에서 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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