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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리뷰

모험러


* 스포일러 경고 *


인간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라고 카를 구스타프 융은 말했다. 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도 서로가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자기 실현의 욕망이다. 연인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상적인 남녀 관계에서 둘은 만나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온전한 둘이 된다. 그런데 다른 성과 관계 맺는 방식은 자기 내면의 다른 성과 관계 맺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학적 성 너머에, 우리 내면에는 아니마(여성성)와 아니무스(남성성)라는 반대편 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이 내면의 다른 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우리는 끊임없이 허전함, 허무함, 외로움,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시달린다. 타키와 미츠하가 그랬던 것처럼. 반대로 서로의 성이 서로를 찾고 합일하는 과정은 삶에 생명력과 활기를 주고 온전한 인격과 개성이 발휘되도록 돕는다. 역시 타키와 미츠하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은 조지프 캠벨이 말했듯, 영웅의 여정이다. 여정은 항상 부름(calling)으로 시작된다.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그걸 찾고자 결심할 때, 영웅은 출발한다. 재난도 영웅을 물러서게 하지 못한다. 자신의 혼(미츠하가 만든 술)을 찾기 위해 때로는 저승(미츠하 집안의 신전)까지 진입하는 고난도 겪어야 한다.


타키가 미츠하의 술을 마시고 마침내 서로 대면했을 때 서로의 이름을 적어주려 했지만 실패하고 들었던 그 이름마저 점차 잊게되는 장면은 절묘했다. 이미 그 이전 서로의 몸이 바뀌었을 때 친구들로부터 숱하게 이름을 듣지만, 또 전철 안에서 머리 끈을 받으며 직접 이름을 듣기도 했지만,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꿈이 잊혀지는 것처럼, 신화가 잊혀지는 것처럼, 동심이 잊혀지는 것처럼, 신이 '이름없는 자'로 잊혀지는 것처럼, 무의식 세계로 잊혀진다. 그리고 무엇을 잊었는지조차 잊게 된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라.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멈추지 말라. 그리하여 운명의 붉은 실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마음을 일깨워, 무의식 속의 합일에 대한 갈망이 의식 위로 끌어올려진다. 그렇게 타키와 미츠하는 끝내 마주하게 되고 서로의 이름을 확인한다.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실이 이어질 수 있기를 포기하지 않고 염원했기 때문이다. 천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마을도, 타키가 면접에서 말했듯 첨단 도시 도쿄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이 영혼의 맺어짐을 향한 여정은 시공간을 초월해, 심지어 죽음을 초월해 영원할 것이다. 그게 바로 무스비. 뒤틀리고 얽히고, 때로는 돌아오고, 멈춰서고 또 이어지는.


도쿄와 시골의 묘사는 환상적이었고, 성우의 연기도 최상급이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이장의 모습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세월호가 떠올랐다. 


평가: 탁월함


17/01/08


* 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리뷰. 작품 의도와 혜성 주기만큼 떨어진 내 멋대로의 해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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