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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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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먹는 중에 친구가 '픽업 아티스트'(Pick-up Artist)라는 직업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쉽게 말해, 여자 꼬시는 선수들이다. 뭐, 제비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흥미로웠다. 사람을 낚는 예술가들이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외국에선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다. 더욱 구미가 당겼다. 국내 번역된 책이 별로 없어, 직접 관련 원서 여러 권을 구해다 읽었다. 출처도 불분명한 심리학 이론들을 배경으로 제시된 '기술'들이 귀여웠다. 실험에 돌입했다. 또 다른 친구와 술을 마시다 바로 옆 테이블 아가씨들에게 갔다. 동석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시했다. 나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와 함께 그냥 나와버렸다. <500일의 썸머>에서 톰이 소개팅한 여자를 시시해 했던 것과 비슷한 심정으로. 

남자와 여자의(물론 누군가에겐 동성끼리의) 이끌림은 자연이 준 것이다. 소위 '픽업 아티스트'는 자연이 준 그 강력한 힘에 숟가락만 좀 얹는 것일 뿐 그 자체로는 대단할 게 없다. 그들이 설령 3000명의 여자와 자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픽업 아티스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책 'The Game'에 나오는 전설적인 픽업 아티스트 '미스테리'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라). 

대단한 것은 무엇인가. 애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보아주고, 이해하고,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정을 나누고, 때로는 서로의 허물도 지적하는 그러한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예술'(Art)이다. 교본도 없고, 규칙도 없고, 모범 답안도 없다. 사람은 모두 다르며, 또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이 관계를 시험에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계의 기술(The Art of Relationship)은 예술 중의 예술이다. 그것은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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