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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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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절대적 분열 가운데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함으로써만 자신의 진리를 획득한다. 무언가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는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그것을 떠나 다른 어떤 것으로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정신은 이렇듯 부정적인 것을 무시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존재함으로써가 아니라 부정적인 것의 곁에 머무르면서 그것을 직시함으로써 자신의 진리를 획득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부정적인 것의 곁에 머무름으로써 정신은 부정적인 것이 존재로 변환되게 하는 마법 같은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헤겔, 『정신현상학』 중]


고통을 존재로 변환시키면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의 이와 같은 변증법적이고 조형적인 능력은 자유로운 정신이 자신을 타자로 만듦으로써, 즉 자신을 소외시킴으로써만 자기 자신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헤겔 철학 안에서 소외라는 용어는 정신분석학이 전통적으로 그것에 부여한 정신의 변질이나 개인의 정신 구조의 변화 같은 뜻과는 반대되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 헤겔에게 소외는 정신이 스스로를 자신과는 다른 타자로 만들고 그를 통하여 자신을 구체화하는 필연적 과정을 가리킨다. 소외는 이렇듯 부정과 긍정의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닌 움직임으로서, 자신의 타자 안에서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정신의 능력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악을 악마나 질료처럼 정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실재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일일 것이다. 정신의 외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이 전체다. 그리고 전체로서의 정신은 자신에게 육신을 부여하고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정신이 스스로 원해서 행했던 부정적 활동의 결과일 뿐이라고 우리는 주장한다.」*


15/11/09


* 올리비아 비앙키, & 에두아르 바리보. (2014). 헤겔의 눈물. (김동훈, Trans.). 파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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