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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서 이루어 놓은 것 이상을 자신의 바깥에서 이룰 수 없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내면에서 이루어 놓은 것 이상을 자신의 바깥에서 이룰 수 없다

모험러

선생님(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행(中行)을 얻지 못하고 간여하면 반드시 과격해지거나 완고해진다. 과격한 자는 나아가 취하려 하고 완고한 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자로/21)


「공자는 한 인간은 자신의 안에서 이루어 놓은 것 이상의 것을 자신의 바깥에서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나아가 취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벗어나서 자신의 바깥에서 찾는 것을 말한다. 즉, 이미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당한 자리를 벗어나서 정당하지 않은 자리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시도되는 소모적 추구다. 그것은 훌륭한 뜻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헛된 수고(徒勞)에 그치고 만다.


반면 견(狷)이라 하는 것은 그릇된 현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그에 물들지 않게 보존하는 것만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외적인 것에 관한 한 변화의 가능성을 회의하는 강한 국외자적 성향을 말한다. "하지 않는 것"을 그 행태상의 특징으로 분석해 낼 수 있는 이 완고함은 나아가 취하는 것과는 달리 자기 자신이라는 자리에 독특한 의미를 두고 유념한다는 점에서는 상대적 의의를 갖지만 아무런 '시도'가 없다는 점을 한계로 안고 있다.


"과격한 자"(狂者)의 나아가 취함은 그래도 하나의 시도지만 "국외자"(狷者)의 하지 않음은 시도 자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아가 취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각각 공자가 말하는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이고 결국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똑같은 파행인 것이다.


공자가 옹야/29에서 직접적으로 중용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과격함"(狂)과 "완고함"(狷), "나아가 취함"과 "하지 않음"의 양극화 현상이 중원의 지배적 분위기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5/01/09


* 이수태, <논어의 발견>에서 발췌, 수정,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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