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우주의 공동 창조자, 인간의 불멸성 본문

명문장, 명구절

우주의 공동 창조자, 인간의 불멸성

모험러
화이트헤드가 죽기 전, 마지막 대화록.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밤이 더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가을의 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가면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십여년 전에 그의 캔튼 집에 내가 최초로 방문했던 4월 6일이 1차 세계대전 발발 기념일이며 또한 이번 세계 대전의 휴전기념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기념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회상에 젖으며 자못 당혹스러웠다. 최근에 그와 만날 때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념은 사라졌다. 초저녁에 그는 연약하고 피곤해 보였지만 지금은 젊은이처럼 활력을 되찾고 우주의 창조적 힘에 대하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처럼, 신이 일시에 밖으로부터 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기는 것은 실수입니다. 우리가 현재 보는 바와 같은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견하는 창조자, 그러한 존재자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모든 것을 예견한다고 하면서 또한 온갖 불완전한 것을 주어 그것을 구원하기 위하여 독생자를 이 세상에 보내 고문의 고통과 끔찍한 죽음을 겪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관념입니다.

그리스의 종교는 더 좋은 접근 방법에 따랐어요. 그리스인들은 천지창조는 우주의 내부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어떤 것은 선, 어떤 것은 악, 이런 식으로 다양한 힘을 의인화하여 초자연적 존재를 개념화했던 그리스인들이 더 행복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두 종류의 힘은 우리가 그것에 인격을 부여하건 부여하지 않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힘이니까요. 우주에는 가치 있는 것을 산출하려는 일반적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일에 동참할 수도 있고, 그 일이 우리를 통해 역사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을 산출하려는 이 우주의 경향은 결코 전능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힘들은 그것과 맞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신은 세계 속에 있거나, 아니면 어디에도 없고, 끊임없이 우리의 내부와 주변에서 창조하고 있습니다. 이 창조원리는 생물체에도, 이른바 비생물체에도, 에테르에도, 물에도, 땅에도,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 창조는 하나의 연속적 과정이며, 또한 '과정은 그 자체가 현실태입니다.' 목적지에 도달하자마자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창조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한, 인간은 신적인 것, 신의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참여야말로 인간의 불멸성이며, 인간의 개체성이 육체의 죽음을 초월하여 살아남느냐 어떠냐는 문제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맙니다. 우주의 공동 창조라는 인간의 참된 사명, 여기에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숭고함이 있습니다."」*

14/12/14

모험러의 책방

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Comments